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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숨은 옛이야기 ① '송지호 전설'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박덕규 교수(2013년 7월 18일)
작성자 문예창작과 박덕규
날짜 2020.11.20
조회수 217
URL : http://www.hkbs.co.kr/hkbs/news.php?mid=...uid=261577 
언론사 : 환경일보 
기사게재일 : 2013-05-16 
DMZ의 최동북단 도시 고성군에는 동해 바다와 산이 만드는 풍경이 일품인 고장이 있다. 이곳에 강 하구와 바다가 닿는 곳에 생긴 석호가 둘 있어 풍치를 더욱 빛낸다. 화진포호와 송지호가 바로 그것들이다. 화진포호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호수(둘레 16㎞)로 인근 화진포 바닷가에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에 비해 송지호는 물빛이 맑고 수심이 일정해 도미, 전어 등의 바닷고기와 잉어 등의 민물고기가 두루 공생하고 있는 비교적 아담한 크기(둘레 4㎞)의 호수다. 겨울이면 물고기들을 포식하러 오는 고니떼가 또한 장관을 이룬다. 천연 자연의 빛과 공기와 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곳을 가만 두고 볼 수 없다. 이곳은 이즈음 재첩 채취에, 탐조 관망에 흥겨운 발걸음들로 가득 차는 오토캠핑장이 됐다.

 이렇듯 지금은 이름난 호수가 고려 말 때까지는 비옥한 땅이었다. 조선 초기, 이 땅에서 곡식을 많이 거둬들이던 부자가 살았다. 그 부자의 이름은 정거재(鄭巨載)이다. 정 부자는 흔히 말하는 대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살았다. 옛 이야기에 부자가 등장했다 하면 대개 탐욕스럽고 포악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이 정 부자 또한 그런 이야기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인사였던 모양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이 집 대문을 두드리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있었고 그 지팡이 끝에는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따라와 있었다.  

“아니, 여기가 뉘 집인 줄 알고! 동냥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 집이로다!”

하인이 나와서는 하는 말에 부녀는 그냥 돌아갈 형편이 아니었다. 

 “이런 집에서 불쌍한 사람한테 동냥을 안 한다니!”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지, 거지로 와서 매만 드시고 가려나?”

“동냥으로 사는 사람이 이런 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아요.”

순탄치 않은 화답은 필시 주인마님의 낮잠을 깨우고 아니나다를까 정 부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내가 방금 닭이 막 알을 낳으려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한데 저 놈이 내 잠을 깨워 내 재산에 달걀 하나 보탤 걸 훼방한 것이야. 아이구 원통해라! 저 놈을 매우 치고 오줌이나 잔뜩 먹여 보내라!”

 한참 뒤, 금강산 유점사의 유명한 고승이 그곳을 지나다 길가에서 울고 있는 부녀를 보게 되었다. 아비는 피투성이가 된 몸이고 딸아이는 빼빼 마른 얼굴에 눈물 콧물이 엉겨 붙어 있는 행색이었다. 부녀에게 기막힌 사연을 들은 고승도 정부자 집 문을 두드려 왔다.

 “마침 잘 되었다, 거름 주고 남은 쇠똥이 있으니 그것이라도 담아 보내라.”

정부자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면 명령했다.

고승은 정부자 집 문간에 있는 쇠절구를 번쩍 들어 쇠절구를 들고 정부자가 서 있는 곁에 놓은 금방아 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때 금방아에서 물줄기가 치솟아올랐다. 물줄기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물이 잠잠해지자 그 일대는 큰 호수로 변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송지호라는 얘기다.

 

박덕규스냅(연희창작촌)
박덕규 교수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한국문화기술연구소 과제책임교수

 

환경일보 환경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