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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최정예 해병대 장교를 꿈꾸다
작성자 해병대군사학과 문지호
날짜 2015.04.07
조회수 3,125

[앵글속 세상] 최정예 해병대 장교를 꿈꾸다

포항=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입력 2014-07-16 02:14 수정 2014-07-16 15:48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예! 잘 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늦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 지나간 경북 포항시의 한 해변. 젊은이들의 우레 같은 함성이 거친 파도소리마저 잠재운다.

‘무적 해병의 산실’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 상륙전 교육대대엔 지난 3일위장크림을 진하게 바른 30여명의 교육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패기에 찬 눈빛으로 교관의 지시에 따르는 이들은 해병대의 미래를 이끌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 학생들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해병대 장교 육성 학과를 신설한 단국대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1, 2학년 학생 57명을 대상으로 하계 입영훈련을 실시했다. 기초군사훈련 숙달과 초급간부 리더십 배양을 위해 실시된 이번 훈련에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하늘과 땅, 바다를 모두 장악해야 하는 해병대 특유의 전장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훈련과정이었다.

학생들은 고무보트를 이용한 상륙기습기초(IBS)훈련을 비롯해 상륙돌격장갑차(KAAV) 탑승훈련, 공수기초훈련, 유격훈련, 전투수영, 이함훈련 등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겸비한 정예 예비 장교로 거듭나고 있었다.

‘해병대 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IBS훈련은 특히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친다. 지상에서 충분한 가상훈련을 받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바닷물 속에서 ‘앞·뒤 취침’ 얼차려를 훈련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반복한 후에야 승선 명령이 떨어진다.

“탑승!”


교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래사장에 도열해 있던 학생들은 힘찬 구호와 함께 7인 1조로 나눠 4대의 고무보트에 차례로 뛰어 오른다. 망망한 바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헤치며 동기들과 호흡을 맞춰 상륙지점에 무사히 안착해도 기쁨은 순간이다. 거친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보트를 머리에 이고 선착순으로 출발지점에 복귀하라는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함께 바닷물에 전투화를 담근 해병대군사학과 김용빈 교수가 “힘들면 악을 쓰라구! 그 정도로 나약해서 해병대 장교가 되겠어!”라며 학생들을 독려한다. 학생들은 머리를 짓누른 보트를 양손으로 떠받친 채, 무릎 사이로 드나드는 파도를 가르며 체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마침내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출발지로 돌아오자 교육생들의 얼굴엔 ‘누구나 될 수 없다’는 해병대의 자긍심이 선명해진다.

학과장인 이표규 교수는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는 우리나라 유일의 해병대 사관학과”라며 “조국을 지키고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인성과 지성, 전문성을 겸비한 장교를 배출할 수 있도록 맞춤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학과 학회장인 2학년 고태원(21)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해병의 빨간 명찰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면서 “열심히 학업과 훈련을 병행해 엘리트 해병장교의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다부진 표정을 짓는다.


같은 시각, 유격 훈련장에서는 1학년 학생들의 훈련이 한창이다. 유격장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서 한 교육생이 안전 로프에 몸을 맡긴 채 90도에 가까운 직벽을 용감하게 오른다. 산 아래에선 해병대 군사학과 학생들 이외에도 수백 명의 교육생들이 빨간 모자를 깊게 눌러쓴 교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저음 구령에 맞춰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다. 

절벽을 외줄로 타고 오르는 등선등반훈련이 끝나면 막타워 뛰어내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은 줄 하나에 자신을 의탁한 채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m 높이에서 몸을 수직으로 세웠다. 

“나는 가장 강하고 폼 나는 해병대 장교가 된다!” 

“부끄럽지 않은 장교가 되자!” 

“나를 죽이지 못할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11m 높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학생들은 스스로 용기를 북돋는 구호를 외치며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이어진 33m 고공 헬기레펠에서도 학생들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앞 다투어 하강했다. 이 정도의 공포와 고통은 즐기겠다는 젊은이의 패기가 엿보였다.

해병대 교육훈련단 김진호 단장(준장)은 “해병대 장교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 학생들의 도전의식과 열정에 감사한다”면서 “예비 해병대 장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멋진 장교가 되길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인류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인재를 발굴·양성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한다는 목표 속에 단국대(총장 장호성)는 해병대군사학과 학생들을 21세기 다목적군 해병대의 리더로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생들에겐 4년 동안 등록금 전액이 국비장학금으로 지원되고 대학은 기숙사와 제복, 해외 군사탐방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졸업 후 해병대 장교(소위)로 임관해 7년의 의무복무 기간 동안 7급 공무원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근무하게 된다.

의무복무기간 이후에는 장기복무를 하거나 전역 후 군사 및 안보분야 전문가로 진출할 수도 있다. 장기장교로 전환되면 계급별 군사보충교육과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해외 선진국 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능력과 적성을 계발하여 고급장교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졸업생의 사회진출 시, 해병대 뿐 만 아니라 국방부 차원에서 군 관련 산업체는 물론 민간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다중전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전공에 필요한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군사학 학사와 병행해 복수 전공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졸업생이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뛰어난 전문지식과 조직 적응력을 갖춘 우수한 고급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다.

단국대 해병대군사학과는 일반적인 대학생활을 향유하기 원하면서 동시에 해병대 장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학과로 각광받고 있다. 

포항=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