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의문에 찬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꽃과 나무와 새, 소우주가 발하는 금빛 찬란한 자태에 궁금증이 닿으면 상상은 저 멀리 몇 바퀴 지구를 돈 뒤 제자리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별빛이 우리에게 오는 시간에 대하여, 강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간 사색의 시간과 바꾼 유년의 물음들이 차츰 사라지고 더 넓은 가슴과 탄탄한 의지를 가진 지혜를 가질 때쯤 의문은 더 이상이 자라지 않았습니다. 물음이 사라지자 두려움도 멀어졌습니다. 앎의 혜안이 넓혀 준 세계의 등불을 안고 걷는 동안 두 다리는 굳건해졌으며 냉철한 두뇌는 강철같은 믿음으로 무장됐습니다. 맞닥뜨린 불의는 폭풍에 휩쓸린 초목처럼 쓰러져 갔습니다. 정신은 순수했지만 편협한 자아에 갇힌 화려한 모래성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겨내면 더 강한 대상과 대립하고 일어나면 더 높은 벽과 마주할 뿐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길은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에는 오만한 지식이 자행한 폭력에 희생된 사상들의 유혈이 낭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바탕없이 쌓아 올린 믿음으로 무너뜨린 수많은 성곽이 아름다운 꽃들이었고, 맑은 유년의 강물 속을 헤엄치던 별빛이었습니다. 학문이나 사상의 기본은 이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 마더 워터(Mother Water)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위스키 주조에서 모수는 자기 색이 없는 순수한 물인데, 자신의 존재를 지워낸 밍밍한 물에 불과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재료입니다. 침향목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살과 뼈를 몇백 년 동안 흙에게 나누어 주고서야 비로소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우리 교양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드러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고 갖추지 않고서는 일어설 수 없는 벼락같은 학문의 보이지 않는 기본 바탕이 아닐런지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코비드가 겹치면서 일상의 모습부터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변하였습니다. 이 혼돈의 시대에 개별적인 학문이 담당하는 몫이 제각각 있겠지만 변함없는 기본의 닻은 교양이라 자부합니다. 저는 교양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위대한 가치를 지닌 기본 바탕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의 집합체인 우리 교양대학 역시 집단 지성의 힘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데도 자긍심을 갖습니다. 아울러 단국인 모든 학습자가 지향하는 기본 학문 길잡이인 동시에 교수자라는 소임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학문과 인간 생활의 기본인 소통의 창구 역할에 매진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자유교양대학이 걷는 길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모아 주실 것을 구성원 모든 분께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